전체 글25 관광지를 등지고 걷는 이유 여행지에 도착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안내된 방향으로 걷습니다. 지도에 표기된 관광지, 검색 상위에 올라 있는 명소, 가이드북에 소개된 코스. 이 모든 정보들은 한결같이 어떤 ‘장소’를 향하게끔 유도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도달한 장소 앞에서 문득 뒤를 돌아보면, 그 방향엔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관광지를 등지고 걷기’라는 조금은 역설적인 방식의 여행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는 잘 알려진 스팟이 아닌, 그 장소를 둘러싼 공간을 걷는 일이며, 목적지보다 경로에 더 집중하는 감각적 여행법입니다. ‘굳이 이걸 왜 하나’ 싶은 의문과 함께 시작될지 모르나, 그 끝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들은 오히려 ‘진짜 장소’의 얼굴일지도 모릅니다.왜 ‘유명한 장소’를 등지고 걷는가여.. 2025. 6. 25. 종착역에서 만난 낯선 도시 도시의 지하철은 사람들의 일상을 연결하는 필수적인 교통수단입니다. 출근과 등교, 약속과 귀가를 반복하는 수많은 이동 속에서 우리는 그 경로를 여행이라기보다는 기능적인 루틴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한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종점’입니다. 종점은 노선이 멈추는 자리이자, 동시에 도시의 확장선이 닿는 경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하철 종점으로 향하는 여정을 통해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끝’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고, 그 끝에서 발견한 낯선 일상과 풍경을 차분히 관찰해보고자 합니다.종점이라는 장소가 가진 특별함지하철 노선의 종점은 물리적으로는 더 이상 연장이 없는 지점이지만, 경험적으로는 도심의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변화의 입구’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의 지하철 종점은 시 .. 2025. 6. 25. '호텔 밖 0분'으로 떠난 진짜 여행 여행의 본질은 이동에 있다고들 말합니다. 목적지를 향해 걷고, 그 도시의 풍경을 보고, 사람들과 마주치며 거리를 누비는 일이 여행의 전형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동과 탐색, 그리고 피로를 수반하는 외부 활동만이 여행의 전부는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공간의 제약, 즉 한정된 장소 안에서의 체류만으로도 여행의 감각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호텔 안에서만 보낸 여행'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낯선 장소에 머무는 행위 자체가 어떻게 하나의 완성된 여행이 될 수 있는지 탐색하고자 합니다. 이는 이동이 아닌 정지가 중심이 되는 여행의 한 방식이며, 도시를 관통하는 대신 자신을 둘러싼 공간을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낯선 감각을 일으키는 경험입니다.1. 낯선 구조 속의 익숙함, 호텔이라는 감각 실.. 2025. 6. 24. 눈 대신 코로 본 여행 여행을 떠올릴 때 우리는 보통 풍경을 먼저 떠올립니다. 어디에서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무슨 건축물을 보았는지, 눈앞에 어떤 바다가 펼쳐졌는지 같은 이미지 중심의 기억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감각 중 가장 깊고 본능적으로 기억에 연결되는 것은 시각이 아니라 후각입니다. 특정한 냄새를 맡는 순간, 머릿속에서 어떤 장소나 장면이 즉시 떠오르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냄새’라는 감각을 통해 여행을 바라보고, 그 향기가 기억을 어떻게 환기하는지, 또 우리가 여행 중에 어떻게 후각을 활용해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를 차분히 탐색해보고자 합니다.1. 후각은 여행을 가장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감각입니다인간의 후각은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 2025. 6. 24. 네이버도 모르는 골목 여행 관광지는 화려하지만, 도시의 결은 종종 희미합니다.사람들은 익숙한 검색어로 낯선 땅을 탐색하지만, 정작 그 땅에 사는 이들이 걷는 길은 화면 밖에 머물러 있습니다.이번 여행은 다소 의도적으로 ‘무계획’을 선택했습니다.지도 없이, 리뷰 없이, 그저 ‘동네’를 걷는 것만으로 낯선 무언가를 마주할 수 있을까.그 질문 하나로 출발한 이 여행은, 예상을 넘어서 길의 구조가 아닌 시간의 결을 따라가는 경험이 되었습니다.동네는 낯선 곳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이번에 발을 디딘 곳은 서울의 외곽, 오래된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이었습니다.지하철역에서 내려 지도 앱을 켜자 근처에 뜨는 건 프랜차이즈 편의점과 카페 몇 곳뿐.'여행'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동네였습니다.그러나 바로 그 ‘정보 없음’이 오히려 시작의 신호가 되었.. 2025. 6. 24. 기내식 요리 클래스: 집에서 떠나는 항공사별 미식 여행 비행기의 추억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면 중 하나는, 좁은 기내 테이블 위로 은박 포일을 벗기며 마주하는 그 한 끼 식사입니다.특별히 고급스럽지도 않고, 음식의 온도가 완벽하지도 않지만, 그 작은 쟁반 위에는 그 나라의 향기와 분위기, 그리고 낯선 여행의 설렘이 담겨 있습니다.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수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되었을 때, 누군가는 공항 영상을 틀어놓고 집에서 여행을 상상했고, 누군가는 항공사에서 판매하는 기내식 세트를 사서 먹는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기내식’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의 감정적 상징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저 역시 비슷한 아쉬움 속에서 이 콘텐츠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항공사별 기내식을 직접 만들어보며, 각 나라.. 2025. 6. 23.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