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7 '호텔 밖 0분'으로 떠난 진짜 여행 여행의 본질은 이동에 있다고들 말합니다. 목적지를 향해 걷고, 그 도시의 풍경을 보고, 사람들과 마주치며 거리를 누비는 일이 여행의 전형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동과 탐색, 그리고 피로를 수반하는 외부 활동만이 여행의 전부는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공간의 제약, 즉 한정된 장소 안에서의 체류만으로도 여행의 감각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호텔 안에서만 보낸 여행'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낯선 장소에 머무는 행위 자체가 어떻게 하나의 완성된 여행이 될 수 있는지 탐색하고자 합니다. 이는 이동이 아닌 정지가 중심이 되는 여행의 한 방식이며, 도시를 관통하는 대신 자신을 둘러싼 공간을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낯선 감각을 일으키는 경험입니다.1. 낯선 구조 속의 익숙함, 호텔이라는 감각 실.. 2025. 6. 24. 눈 대신 코로 본 여행 여행을 떠올릴 때 우리는 보통 풍경을 먼저 떠올립니다. 어디에서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무슨 건축물을 보았는지, 눈앞에 어떤 바다가 펼쳐졌는지 같은 이미지 중심의 기억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감각 중 가장 깊고 본능적으로 기억에 연결되는 것은 시각이 아니라 후각입니다. 특정한 냄새를 맡는 순간, 머릿속에서 어떤 장소나 장면이 즉시 떠오르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냄새’라는 감각을 통해 여행을 바라보고, 그 향기가 기억을 어떻게 환기하는지, 또 우리가 여행 중에 어떻게 후각을 활용해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를 차분히 탐색해보고자 합니다.1. 후각은 여행을 가장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감각입니다인간의 후각은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 2025. 6. 24. 네이버도 모르는 골목 여행 관광지는 화려하지만, 도시의 결은 종종 희미합니다.사람들은 익숙한 검색어로 낯선 땅을 탐색하지만, 정작 그 땅에 사는 이들이 걷는 길은 화면 밖에 머물러 있습니다.이번 여행은 다소 의도적으로 ‘무계획’을 선택했습니다.지도 없이, 리뷰 없이, 그저 ‘동네’를 걷는 것만으로 낯선 무언가를 마주할 수 있을까.그 질문 하나로 출발한 이 여행은, 예상을 넘어서 길의 구조가 아닌 시간의 결을 따라가는 경험이 되었습니다.동네는 낯선 곳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이번에 발을 디딘 곳은 서울의 외곽, 오래된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이었습니다.지하철역에서 내려 지도 앱을 켜자 근처에 뜨는 건 프랜차이즈 편의점과 카페 몇 곳뿐.'여행'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동네였습니다.그러나 바로 그 ‘정보 없음’이 오히려 시작의 신호가 되었.. 2025. 6. 24. 기내식 요리 클래스: 집에서 떠나는 항공사별 미식 여행 비행기의 추억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면 중 하나는, 좁은 기내 테이블 위로 은박 포일을 벗기며 마주하는 그 한 끼 식사입니다.특별히 고급스럽지도 않고, 음식의 온도가 완벽하지도 않지만, 그 작은 쟁반 위에는 그 나라의 향기와 분위기, 그리고 낯선 여행의 설렘이 담겨 있습니다.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수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되었을 때, 누군가는 공항 영상을 틀어놓고 집에서 여행을 상상했고, 누군가는 항공사에서 판매하는 기내식 세트를 사서 먹는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기내식’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의 감정적 상징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저 역시 비슷한 아쉬움 속에서 이 콘텐츠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항공사별 기내식을 직접 만들어보며, 각 나라.. 2025. 6. 23. '비행기 타는 기분만 내기 챌린지' 체험기 언제부턴가 '비행기 소리'가 낯설어졌습니다.창밖을 올려다보다 들리는 날카로운 제트음에 반사적으로 시선을 들던 기억도, 공항 게이트 앞에서 긴 줄을 서며 느끼던 묘한 설렘도, 이제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 그리고 복잡해진 국제 정세 속에서 여행은 일상에서 한참 멀어졌고, ‘출국’이라는 말은 더 이상 쉽고 가벼운 단어가 아니게 되었습니다.하지만 그리움은, 언제나 현실보다 한 발 앞서 마음을 자극합니다.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기내 영상,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항공사 기내식 리뷰, 향수 브랜드에서 내놓은 '공항 향'… 사람들은 여전히 떠나고 싶어 하고, 떠나는 기분을 흉내라도 내고 싶어합니다.저 역시 그중 하나였습니다.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비행기를 타지 않더라도, 그 감정은 재현.. 2025. 6. 23.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