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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요리 클래스: 집에서 떠나는 항공사별 미식 여행

by 아웃델리10 2025. 6. 23.

비행기의 추억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면 중 하나는, 좁은 기내 테이블 위로 은박 포일을 벗기며 마주하는 그 한 끼 식사입니다.
특별히 고급스럽지도 않고, 음식의 온도가 완벽하지도 않지만, 그 작은 쟁반 위에는 그 나라의 향기와 분위기, 그리고 낯선 여행의 설렘이 담겨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수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되었을 때, 누군가는 공항 영상을 틀어놓고 집에서 여행을 상상했고, 누군가는 항공사에서 판매하는 기내식 세트를 사서 먹는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기내식’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의 감정적 상징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아쉬움 속에서 이 콘텐츠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항공사별 기내식을 직접 만들어보며, 각 나라의 비행기 안 맛을 따라가 보는 작은 미식 여행.

이름하여, ‘기내식 요리 클래스’입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세 가지 항공사 메뉴는 재료를 구하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특징적인 구성으로 기내식을 재현하기에 딱 알맞은 레시피입니다.

기내식 요리 클래스: 집에서 떠나는 항공사별 미식 여행
기내식 요리 클래스: 집에서 떠나는 항공사별 미식 여행

대한항공의 대표 메뉴, ‘불고기 비빔밥’ 따라하기

대한항공의 기내식을 대표하는 메뉴는 단연 ‘불고기 비빔밥’입니다. 이 메뉴는 단순하면서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아, 외국인 승객들 사이에서도 “한국 비행기 타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꼽히곤 합니다.

준비할 재료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밥 (갓 지은 흰쌀밥), 소불고기 (양념: 간장, 설탕, 참기름, 다진 마늘, 깨소금 등), 나물류 (시금치, 고사리, 당근, 콩나물 등), 계란지단 또는 반숙 계란, 고추장, 참기름, 김가루

조리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각 나물은 살짝 데친 후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해서 준비합니다.

소불고기는 달달하게 양념한 뒤 팬에 볶아줍니다.

그릇(또는 은색 기내 트레이)에 밥을 담고, 그 위에 나물과 고기를 가지런히 얹습니다.

계란지단을 얇게 부쳐 채 썬 뒤 위에 올리거나 반숙 계란을 추가합니다.

고추장 한 스푼, 참기름 몇 방울, 김가루까지 곁들이면 완성입니다.

기내에서처럼 일회용 나이프와 포크를 함께 두고, 음료로는 토마토 주스를 곁들이면 분위기가 더욱 살고, 실제 비행 중인 기분까지도 느낄 수 있습니다.

에어프랑스 아침 메뉴, 크루아상과 치즈의 여유

에어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계 항공사에서는 아침 시간대에 크루아상과 치즈, 과일, 커피로 구성된 간단하면서도 우아한 조식을 자주 제공합니다.

특히 에어프랑스의 기내 조식은 ‘프렌치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실용적이고, 미니멀한 구성 덕분에 집에서 재현하기도 용이합니다.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버터 크루아상 1개

브리 치즈 또는 까망베르 치즈 한 조각

사과 또는 포도 등 손질된 과일 소량

작은 요거트 (플레인 또는 바닐라)

에스프레소 또는 진한 드립 커피

에어프랑스 스타일을 살리고 싶다면 크루아상은 오븐에 다시 한 번 구워 겉을 바삭하게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즈는 프랑스산을 선택하면 좋지만, 국내 브랜드의 수입 제품만으로도 충분히 분위기를 낼 수 있습니다.

플레이팅은 트레이에 담고, 커피잔은 작고 얇은 유럽식 컵을 사용하면 더욱 사실감이 살아납니다.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틀면, 정말 파리로 향하는 아침 비행기 안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ANA(전일본공수)의 따뜻한 우동 한 그릇

일본 항공사 ANA의 기내식은 계절마다 달라지지만, 단거리 비행 중 제공되는 따뜻한 우동은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는 메뉴입니다.
비행 중에는 무엇보다 따뜻한 국물 한 모금이 피로를 덜어주는데, 이 메뉴는 그 점에서 탁월합니다.

집에서 따라하기 위한 준비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생우동 면 또는 냉동우동 면

가쓰오부시 육수 또는 쯔유 소스

튀김가루(덴카츠)

쪽파, 김가루, 삶은 계란 또는 유부

조리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육수를 따로 끓이거나, 시판 쯔유를 물에 희석해 데워줍니다.

우동 면은 끓는 물에 데쳐 익힌 뒤 체에 밭쳐 둡니다.

그릇에 면을 담고, 뜨거운 육수를 붓습니다.

위에 튀김가루, 쪽파, 김가루, 반숙 계란 또는 유부를 얹으면 완성입니다.

작은 종이컵에 녹차를 곁들이고, 간단한 픽클이나 단무지를 함께 내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이 우동 한 그릇만으로도 일본 도쿄행 아침 비행기의 차분함과 정갈함이 되살아납니다.

 

식탁 위에서 떠나는 감각 여행, 충분히 가능합니다
‘기내식 요리 클래스’는 단순히 음식을 흉내 내는 놀이가 아닙니다.
그 나라의 항공사와 메뉴를 따라 요리하는 동안, 우리는 그들의 식문화, 미각, 배려의 방식까지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과정이 하루를 여행처럼 바꿔주는 감정적 변화를 선사한다는 점입니다.

식탁 위에 펼쳐진 작은 쟁반이 비행기 좌석이 되고, 손에 든 커피 한 잔이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음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떠난다는 것은 물리적인 이동만이 아니며,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는 사실을요.

기내식은 ‘그리움의 맛’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녁 식사는 평범한 찌개 대신, 한 항공사의 기내식을 따라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행이 멈춘 시대에도, 우리의 상상과 입맛은 멈추지 않으니까요.